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뉴스레터(2020년 9월 22일) - 추분(9.22)에 낮이 밤보다 긴 이유

2020-09-22


 추분에는 밤보다 낮이 더 길다!


 이번 주 화요일(22)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알려진 추분입니다낮과 밤의 구분은 바로 일출과 일몰입니다해가 뜨면서 낮이 시작되고 해가 지면서 밤이 시작됩니다서울을 기준으로 이날 해 뜨는 시각은 아침 620해지는 시각은 저녁 629분입니다. 추분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낮이 9분 더 깁니다추분에 낮이 밤보다 조금 더 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분은 24절기 중 하나입니다지구의 공전으로 인해 태양이 별들 사이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 길을 황도라고 합니다이 황도를 24등분 한 것이 바로 24절기로 춘분과 추분에는 황도가 천구의 적도와 만납니다.


춘분과 추분일 때 해는 정동쪽에서 떠서 정서쪽으로 진다. ⓒ 천문우주기획


  천구의 적도는 지구의 자전축인 북극성에서 정확히 90도 떨어진 곳으로 우리가 볼 때 정확히 동쪽에서 시작해서 정확히 서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의 원입니다따라서 적도 위에 있는 별은 하루에 12시간 동안은 떠 있고, 나머지 12시간 동안은 지평선 아래로 져 있습니다적도보다 북쪽에 있는 별은 떠 있는 시간이 더 길고반대로 적도보다 남쪽에 있는 별은 져 있는 시간이 더 깁니다. 물론 남반구에서는 반대입니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위치.   Ⓒ천문우주기획

 

 일출시각은 해의 가장 윗부분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 닿는 시점입니다. 일몰시각도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가장 윗부분이 지평선에 닿을 때입니다. 그런데 춘분과 추분은 해의 중심이 천구의 적도에 오는 날입니다이날 해의 중심은 12시간 동안 하늘에 떠 있고, 12시간 동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있게 됩니다.  따라서 해의 중심을 기준으로 정한 춘분과 추분에는 낮이 밤보다 조금 더 길게 됩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는 추분으로부터 4일이 지난 926일입니다이날 서울 기준으로 해가 뜨는 시각은 아침 623분이고해가 지는 시각은 12시간 후인 저녁 623분입니다.

  

 추분에 낮이 밤보다 긴 이유


 추분에 낮이 밤보다 9분이나 더 긴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태양은 매일같이 24시간에 한바퀴(360)씩 하늘을 돕니다태양이 1시간 동안 움직이는 각도는 15(360/24시간)이고1도 움직이는 데는 4(60/15)이 걸립니다태양의 겉보기 지름을 각도로 표시하면 약 0.5도이기 때문에 태양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분입니다태양 중심은 가장자리보다 약 1분 늦게 뜨고, 1분 빨리 집니다그렇다면 추분에 낮과 밤의 길이 차이가 2분 정도밖에 나지 않아야 하는데 왜 9분이나 차이가 나는 걸까요?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면 실제로 해의 가장 자리가 지평선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완전히 다 뜰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분이 넘습니다반대로 일몰 때 해의 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닿을 때부터 완전히 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지구의 자전 속도는 항상 일정합니다그렇다면 지름이 0.5도인 해가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이 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기의 영향 때문입니다.


 지평선 아래에 있는 해는 대기의 굴절 효과로 위로 떠올라 보입니다얼마나 떠올라 보이는가는 온도와 기압에 영향을 받는 대기굴절률에 따라 다른데각도로 평균 34(1도는 60해의 지름은 32) 떠올라 보입니다. 일출 때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34분 정도 가까워지면 벌써 지평선 위로 뜬 것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일몰 때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34분 만큼 내려 가야 해가 완전히 진 것을 알게 됩니다.


 

대기에 의한 굴절 효과로 해가 실제 위치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문우주기획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해의 중심이 지평선에서 각도로 50(대기굴절률 34분+해의 반지름 16분정도 아래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일출과 일몰 시각을 계산하여 발표합니다춘분날과 추분날의 일출은 하늘의 적도가 동쪽 지평선에 닿는 것보다 약 3(1도가 4분이므로 50/60도는 약 3빠르고일몰은 서쪽 지평선에 닿는 것보다 약 5분 느립니다일몰이 2분 정도 더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 때문입니다.


 해는 지구의 공전으로 하루에 약 1도씩 서쪽(오른쪽)에서 동쪽(왼쪽)으로 움직입니다따라서 동쪽 지평선에서 뜬 해가 180도를 돌아 서쪽 지평선으로 질 때엔 약 0.5도 동쪽으로 이동해 있고결국 이 각도만큼 해가 더 움직여야(지구가 더 자전해야서쪽 지평선에 닿게 됩니다이 시간이 약 2분입니다.


 끝으로 춘분이나 추분에 태양이 정확히 하늘 적도에 오는 시각에 따라 일출몰 시각은 1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이번 추분에 해의 중심이 추분 위치에 오는 시각은 9222231분입니다해가 뜨는 시각보다 16시간 이상 뒤입니다해가 뜰 때는 태양의 중심이 적도보다 조금 북쪽에 있어서 낮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진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추분(922)에 낮시간이 밤시간보다 9분이 더 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출시 대기굴절 효과(2) + 일몰시 대기굴절 효과(2) + 일출시 태양 중심 이동시간(1)

일몰시 태양 중심 이동시간(1) + 지구 공전으로 인한 태양의 추가 이동시간(2)

태양이 정확히 추분점에 오는 시간 차이(1) = 9


 다음 동영상은 동해에서 2분 동안 촬영한 일출 모습입니다.


2020년 9월 21일 아침 6시 11분 동해시 추암 해변. ⓒ 이태형



글: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