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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이태형의 우주 인문학 - 장수를 상징하는 별, 노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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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3월까지는 저녁 하늘에서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남쪽 지평선이 트인 곳에서는 2월 하순 밤 9시경 정남쪽 방향에서 잠깐 동안 이 별을 볼 수 있다. 노인성은 예로부터 사람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해서 수성(壽星)이라 불렸으며, 남쪽 지평선 바로 위에 보인다고 해서 남극성(南極星)으로 불리기도 했다. 노인성은 워낙 보기 힘든 별이어서 이 별을 보면 운이 좋아 장수한다는 의미로 장수별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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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의 오른쪽 아래에 가장 크게 그려진 별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노인성(老人星)이다. 실제로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큰개자리의 으뜸별인 시리우스(-1.45등급)로 노인성은 두 번째로 밝은 별인 용골자리의 으뜸별 카노푸스(Canopus, -0.65등급)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시리우스가 천랑성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성 오른쪽 위에 조금 더 작게 표시되어 있다.


사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표시된 노인성의 위치는 실제 하늘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하늘에서는 노인성 카노푸스가 시리우스보다 오른쪽(서쪽)에 위치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비롯한 고대 성도에 노인성이 크게 표시된 것은 노인성이 가지는 의미 때문이다. 하늘 북쪽 끝에 있는 별이 북극성인 것처럼 하늘 남쪽에도 남쪽 끝을 상징하는 별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노인성이다. 즉, 노인성은 지구의 남쪽 자전축에 있는 별이 아니라 가장 남쪽에 위치한 별이라는 점에서 중요했고, 그 상징적인 의미로 남극성이라고 불린 것이다.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노인성은 남반구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별이다. 노인성을 볼 수 있는 남해안에서는 시리우스가 남쪽 하늘에 가장 높이 떴을 때 그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별이 남중할 때의 고도는 (90° -관측자의 위도 + 별의 적위)이다. 예를 들어 북위 37°인 지역에서 태양이 천구의 적도(지구의 적도 바로 위)에 오는 춘분날(태양의 적위 0°)의 태양의 남중고도는 (90° - 37° + 0°)로 5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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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위(별의 위도, 천구의 적도로부터의 각도)가 약 -52.5°인 노인성은 가장 높이 떴을 때도 위도가 37.5°(90° - 37.5° - 52.5° = 0°) 이상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 서울의 위도가 37.5° 이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에서 노인성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지평선의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노인성을 볼 수 있는 한계 위도는 고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 위도가 33.5°가 안 되기 때문에 남쪽 지평선 위로 보름달 지름(0.5°)의 약 8배에 해당하는 4°(90° - 33.5° - 52.5° = 4°) 정도의 고도까지 노인성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 장소에서 같은 별이 같은 방향에서 보이는 시간은 한 달에 2시간씩(보름마다 1시간씩) 빨라진다. 1년 12달이 지나면 24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에 결국 1년 전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향에서 같은 별을 볼 수 있게 된다. 2월 하순 저녁 9시경에 정남쪽 하늘에 보인 노인성은 3월 하순이면 이미 볼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시기는 10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이다. 저녁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2월부터 3월까지가 노인성을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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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의 고도는 위도가 북쪽으로 1도 높아질 때마다 지평선에 1도씩 가까워진다. 남해안의 경우 위도가 약 35도로 제주도보다 1.5도 높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보더라도 노인성이 남쪽 지평선 위로 2.5도 정도밖에 높이 올라오지 않는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는 남쪽 지평선에서 남중 시간을 전후로 2시간 이상을 볼 수 있지만 남해안만 되더라도 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이상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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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년 조선시대에 김종서 등이 펴낸 《고려사절요》에 보면 1170년(고려 의종 24년) 음력 3월 28일에 충주 죽장사에 노인성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甲申 忠州牧副使崔光鈞奏, “前月二十八日, 祭老人星于竹杖寺, 其夕壽星見, 至三獻乃沒.” 王大喜, 百官稱賀.). 하지만 음력 3월 28일이면 양력으로는 4월이기 때문에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또한 충주 죽장사지(현 석종사)의 위도가 약 37도로 실제 노인성이 가장 높이 떴을 때의 고도가 0.5도이다. 0.5도의 고도에 있는 별이 보이기 위해서는 지평선이 완전히 트인 곳이라야 한다. 실제로 죽정사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석종사 대웅전에서 바라본 정남 방향에는 낮은 산들이 있어 지평선 바로 위에 떠오른 노인성을 볼 수는 없다. 

 

노인성은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별이라기보다는 남쪽 끝을 상징하는 별이었고, 남쪽 지방에서만 일 년에 잠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별이다. 그 특별한 별을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