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기월식 때 핏빛으로 붉게 변한 달. 촬영: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린 시절 많이 부르던 동요이다. 우리는 보름달을 떠올리면 완벽한 원형의 밝은 달을 상상한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보름달도 거의 완전한 원형에 가깝다. 그러나 해·지구·달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일직선이 되는 순간은 흔하지 않다.
달의 공전 궤도인 백도는 해가 지나는 길인 황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보름달이 뜰 때마다 해와 정확히 180도로 정렬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달은 지구 그림자의 위나 아래를 스쳐 지나가며 밝은 보름달로 떠오른다.
하지만 일 년에 한두 차례, 황도와 백도가 만나는 지점 부근에서 보름달이 뜨면 해·지구·달이 거의 완벽하게 일직선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달은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며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원형의 달’은 가장 밝은 달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 그림자 속에 잠긴 붉은 달이다

황도가 백도보다 위에 있을 때의 만월로 아래쪽에 그림자가 보인다, 자료: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개기월식 달은 왜 붉게 물드는가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달은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지구 대기 때문이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지구 그림자 안쪽으로 굴절되는데, 파장에 따라 굴절과 산란 정도가 달라진다. 그 결과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 중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은 산란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달을 비추기 때문에 달은 마치 핏빛처럼 검붉게 빛나게 된다. 이를 흔히 블러드문(blood moon), 즉 핏빛 달이 라고 부른다.
지구의 대기에 의해 굴절되어 달을 비추는 붉은 빛은 달에 직접 닿아 반사되는 햇빛에 비해 무척 어둡기 때문에 부분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거의 볼 수 없고, 달이 완전히 지구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개기월식 때에만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이유.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2026년 3월 3일,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오는 3월 3일(화요일) 저녁, 우리나라에서 달이 핏빛으로 변하는 개기월식이 나타난다. 이번 개기월식은 2022년 11월 8일 이후 우리나라에서 약 3년 만에 저녁 시간대에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이다.
2026년 3월 3일 개기월식 과정.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이날 달은 서울 기준으로 18시 18분에 떠오른다. 그리고 약 30분 뒤인 18시 50분부터 달의 왼쪽 가장자리가 지구 본그림자에 들어가며 부분월식이 시작된다. 20시 04분에는 달 전체가 지구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달이 지구 그림자의 중앙을 통과하는 시간은 20시 34분이고, 개기월식이 끝나고 다시 달의 왼쪽 가장자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간은 21시 03분이다. 그리고 22시 18분이 되면 지구 본그림자에서 달이 완전히 벗어나서 다시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반영식은 달이 뜨기 전인 17시 44분에 시작되고, 23시 25분에 끝난다. 반영식은 달에서 볼 때 해가 부분일식으로 보일 때로 해가 워낙 밝기 때문에 최대 10% 정도 줄어드는 달의 밝기를 일반인들이 느끼기는 어렵다.
다음번 개기월식은 2029년 1월 1일 새벽 1시 16분에 일어나며, 저녁 시간대에 관측 가능한 개기월식은 2032년 4월 25일 밤 11시 40분, 2033년 10월 8일 저녁 7시 15분에 다시 찾아온다.
개기월식의 지속 시간
개기월식이 지속되는 시간은 달이 지구 본그림자의 어느 부분을 통과하느냐 따라 다르다. 중심 부분을 통과하면 개기식이 1시간 50분 이상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개기월식의 경우는 달이 지구 본그림자의 중심보다 약간 아래쪽(남쪽)을 통과하기 때문에 개기식 진행시간이 59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음에 볼 수 있는 2029년 1월 1일 새벽의 개기월식은 1시 16분부터 1시간 11분 동안 일어난다.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달의 모습. 출처: NASA
월식은 과학을 어떻게 도왔을까
월식은 단순한 장관이 아니라 과학 연구의 도구이기도 했다. 보름달의 중심부는 햇빛을 직접 받아 표면 온도가 100℃ 이상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개기월식이 시작되어 햇빛이 차단되면 달 표면 온도는 급격히 내려간다. 천문학자들은 이 냉각 속도를 측정하여 달 토양의 열적 특성과 구조를 연구해 왔다.
오늘날에는 달 탐사 위성과 착륙선이 직접 표면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월식을 통한 연구는 과거만큼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월식은 지구 대기의 상태와 빛의 산란 현상을 이해하는 자연 실험실로 남아 있다.
붉은 달을 바라보는 이유
과학은 이미 월식의 원리를 설명한다. 우리는 달이 왜 붉어지는지 알고 있고, 그 지속 시간도 계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기월식의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삼키는 그 장면은, 우리가 거대한 천체의 운동 속에 살고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채 붉게 빛나는 달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이 설명해도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 그것이 우리가 월식을 기다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
개기월식 때 핏빛으로 붉게 변한 달. 촬영: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린 시절 많이 부르던 동요이다. 우리는 보름달을 떠올리면 완벽한 원형의 밝은 달을 상상한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보름달도 거의 완전한 원형에 가깝다. 그러나 해·지구·달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일직선이 되는 순간은 흔하지 않다.
달의 공전 궤도인 백도는 해가 지나는 길인 황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보름달이 뜰 때마다 해와 정확히 180도로 정렬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달은 지구 그림자의 위나 아래를 스쳐 지나가며 밝은 보름달로 떠오른다.
하지만 일 년에 한두 차례, 황도와 백도가 만나는 지점 부근에서 보름달이 뜨면 해·지구·달이 거의 완벽하게 일직선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달은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며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원형의 달’은 가장 밝은 달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 그림자 속에 잠긴 붉은 달이다
황도가 백도보다 위에 있을 때의 만월로 아래쪽에 그림자가 보인다, 자료: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개기월식 달은 왜 붉게 물드는가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달은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지구 대기 때문이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지구 그림자 안쪽으로 굴절되는데, 파장에 따라 굴절과 산란 정도가 달라진다. 그 결과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 중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은 산란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달을 비추기 때문에 달은 마치 핏빛처럼 검붉게 빛나게 된다. 이를 흔히 블러드문(blood moon), 즉 핏빛 달이 라고 부른다.
지구의 대기에 의해 굴절되어 달을 비추는 붉은 빛은 달에 직접 닿아 반사되는 햇빛에 비해 무척 어둡기 때문에 부분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거의 볼 수 없고, 달이 완전히 지구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개기월식 때에만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이유.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2026년 3월 3일,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오는 3월 3일(화요일) 저녁, 우리나라에서 달이 핏빛으로 변하는 개기월식이 나타난다. 이번 개기월식은 2022년 11월 8일 이후 우리나라에서 약 3년 만에 저녁 시간대에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이다.
2026년 3월 3일 개기월식 과정.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이날 달은 서울 기준으로 18시 18분에 떠오른다. 그리고 약 30분 뒤인 18시 50분부터 달의 왼쪽 가장자리가 지구 본그림자에 들어가며 부분월식이 시작된다. 20시 04분에는 달 전체가 지구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달이 지구 그림자의 중앙을 통과하는 시간은 20시 34분이고, 개기월식이 끝나고 다시 달의 왼쪽 가장자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간은 21시 03분이다. 그리고 22시 18분이 되면 지구 본그림자에서 달이 완전히 벗어나서 다시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반영식은 달이 뜨기 전인 17시 44분에 시작되고, 23시 25분에 끝난다. 반영식은 달에서 볼 때 해가 부분일식으로 보일 때로 해가 워낙 밝기 때문에 최대 10% 정도 줄어드는 달의 밝기를 일반인들이 느끼기는 어렵다.
다음번 개기월식은 2029년 1월 1일 새벽 1시 16분에 일어나며, 저녁 시간대에 관측 가능한 개기월식은 2032년 4월 25일 밤 11시 40분, 2033년 10월 8일 저녁 7시 15분에 다시 찾아온다.
개기월식의 지속 시간
개기월식이 지속되는 시간은 달이 지구 본그림자의 어느 부분을 통과하느냐 따라 다르다. 중심 부분을 통과하면 개기식이 1시간 50분 이상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개기월식의 경우는 달이 지구 본그림자의 중심보다 약간 아래쪽(남쪽)을 통과하기 때문에 개기식 진행시간이 59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음에 볼 수 있는 2029년 1월 1일 새벽의 개기월식은 1시 16분부터 1시간 11분 동안 일어난다.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달의 모습. 출처: NASA
월식은 과학을 어떻게 도왔을까
월식은 단순한 장관이 아니라 과학 연구의 도구이기도 했다. 보름달의 중심부는 햇빛을 직접 받아 표면 온도가 100℃ 이상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개기월식이 시작되어 햇빛이 차단되면 달 표면 온도는 급격히 내려간다. 천문학자들은 이 냉각 속도를 측정하여 달 토양의 열적 특성과 구조를 연구해 왔다.
오늘날에는 달 탐사 위성과 착륙선이 직접 표면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월식을 통한 연구는 과거만큼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월식은 지구 대기의 상태와 빛의 산란 현상을 이해하는 자연 실험실로 남아 있다.
붉은 달을 바라보는 이유
과학은 이미 월식의 원리를 설명한다. 우리는 달이 왜 붉어지는지 알고 있고, 그 지속 시간도 계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기월식의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삼키는 그 장면은, 우리가 거대한 천체의 운동 속에 살고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채 붉게 빛나는 달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이 설명해도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 그것이 우리가 월식을 기다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