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청색, 서쪽의 백색, 남쪽의 적색, 북쪽의 흑색, 그리고 중앙의 황색. 이 다섯 가지 색을 가리켜 ‘오방색(五方色)’이라고 한다. 과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오방색을 무속이나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상징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오방색은 우리 민족의 전통 색채이며, 그 기원은 고대 동양의 철학과 천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보았던 색동저고리의 화려한 색깔 역시 오방색에서 비롯되었다. 오늘은 천문학의 시각에서 오방색의 의미와 기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
예로부터 밤하늘은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세상은 별빛이 지배하는 또 다른 공간이 된다. 물론 별들이 아무리 밝아도 해와 달만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해와 달이 별들 사이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별 가운데 다섯 개의 밝은 별만이 위치를 바꾼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 다섯 개의 별은 고정된 별인 항성과 구별되어 ‘움직이는 별’이라는 뜻의 행성(行星)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달과 해, 그리고 다섯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은 훗날 동양 철학의 근간인 음양오행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옛사람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로 보았고, 각각의 행성에 이 다섯 원소의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늘의 신이었다. 사람들은 이들 일곱 신의 위치에 따라 인간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 신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길을 황도(黃道)라 불렀고, 황도 위에 신들의 위치를 기록하기 위해 별자리를 만들었다. 점성술은 바로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의 위치를 바탕으로 인간이나 국가의 운명을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우리나라 별자리
고대 동양인들은 밤하늘을 하나의 거대한 하늘나라로 생각했다. 북극성은 하늘나라의 임금을 상징했고, 그 주변은 궁궐로 여겨졌다. 또한 궁궐 주변에는 관청과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늘나라 임금이 머무는 궁궐은 자미원(紫微垣), 관청은 태미원(太微垣), 시장은 천시원(天市垣)이라 불렀다. 이 세 영역을 합쳐 ‘삼원(三垣)’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하늘나라 둘레에는 네 마리의 영수, 즉 사령(四靈)들이 하늘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청룡과 백호, 주작, 현무는 단순한 전설 속 동물이 아니라 실제 하늘의 별자리를 상징한다.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길이 바로 이들 사령들의 별자리이다.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네 별자리는 각각 일곱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합하면 스물여덟 개가 된다. 이것이 바로 28수(二十八宿)이다.
서양 천문학이 황도를 열두 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으로 나눈다면, 동양 천문학은 청룡·백호·주작·현무의 네 영역으로 구분한 뒤 이를 다시 28개의 별자리로 세분화하였다. 결국 동양의 28수는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동양의 전통 별자리는 하늘나라 중심부인 삼원과 이를 둘러싼 28수로 구성되며, 이를 통틀어 ‘삼원이십팔수(三垣二十八宿)’라고 부른다.

오방색과 오행성
하늘나라의 중심과 사방을 합쳐 오방(五方)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다섯 방향이라는 뜻이다.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과 동서남북 네 방향의 색을 합쳐 오방색이라 부른다. 오방색은 오행성과 연결되어 있는데 동방 청룡은 나무(木)를 상징하는 푸른색이어서 목성, 서방 백호는 철(金)을 상징하는 흰색이어서 금성, 남방 주작은 불(火)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어서 화성, 북방 현무는 물을 상징하는 검은색이어서 수성, 중앙은 흙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어서 토성이다. 결국 오방색은 단순한 색채 체계가 아니라,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려 했던 동양인의 세계관이 담긴 상징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부정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오방색으로 색동저고리를 만들었고, 오방색으로 장식한 복주머니를 지니고 다녔다. 오방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우주의 조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오늘날 일부 무속인이나 특정 종교 집단이 오방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방색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의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오방색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문화이자 역사이며 전통이다.
오방색에 담긴 천문학적·철학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방색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
동쪽의 청색, 서쪽의 백색, 남쪽의 적색, 북쪽의 흑색, 그리고 중앙의 황색. 이 다섯 가지 색을 가리켜 ‘오방색(五方色)’이라고 한다. 과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오방색을 무속이나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상징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오방색은 우리 민족의 전통 색채이며, 그 기원은 고대 동양의 철학과 천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보았던 색동저고리의 화려한 색깔 역시 오방색에서 비롯되었다. 오늘은 천문학의 시각에서 오방색의 의미와 기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
예로부터 밤하늘은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세상은 별빛이 지배하는 또 다른 공간이 된다. 물론 별들이 아무리 밝아도 해와 달만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해와 달이 별들 사이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별 가운데 다섯 개의 밝은 별만이 위치를 바꾼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 다섯 개의 별은 고정된 별인 항성과 구별되어 ‘움직이는 별’이라는 뜻의 행성(行星)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달과 해, 그리고 다섯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은 훗날 동양 철학의 근간인 음양오행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옛사람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로 보았고, 각각의 행성에 이 다섯 원소의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늘의 신이었다. 사람들은 이들 일곱 신의 위치에 따라 인간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 신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길을 황도(黃道)라 불렀고, 황도 위에 신들의 위치를 기록하기 위해 별자리를 만들었다. 점성술은 바로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의 위치를 바탕으로 인간이나 국가의 운명을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우리나라 별자리
고대 동양인들은 밤하늘을 하나의 거대한 하늘나라로 생각했다. 북극성은 하늘나라의 임금을 상징했고, 그 주변은 궁궐로 여겨졌다. 또한 궁궐 주변에는 관청과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늘나라 임금이 머무는 궁궐은 자미원(紫微垣), 관청은 태미원(太微垣), 시장은 천시원(天市垣)이라 불렀다. 이 세 영역을 합쳐 ‘삼원(三垣)’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하늘나라 둘레에는 네 마리의 영수, 즉 사령(四靈)들이 하늘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청룡과 백호, 주작, 현무는 단순한 전설 속 동물이 아니라 실제 하늘의 별자리를 상징한다.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길이 바로 이들 사령들의 별자리이다.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네 별자리는 각각 일곱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합하면 스물여덟 개가 된다. 이것이 바로 28수(二十八宿)이다.
서양 천문학이 황도를 열두 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으로 나눈다면, 동양 천문학은 청룡·백호·주작·현무의 네 영역으로 구분한 뒤 이를 다시 28개의 별자리로 세분화하였다. 결국 동양의 28수는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동양의 전통 별자리는 하늘나라 중심부인 삼원과 이를 둘러싼 28수로 구성되며, 이를 통틀어 ‘삼원이십팔수(三垣二十八宿)’라고 부른다.
하늘나라의 중심과 사방을 합쳐 오방(五方)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다섯 방향이라는 뜻이다.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과 동서남북 네 방향의 색을 합쳐 오방색이라 부른다. 오방색은 오행성과 연결되어 있는데 동방 청룡은 나무(木)를 상징하는 푸른색이어서 목성, 서방 백호는 철(金)을 상징하는 흰색이어서 금성, 남방 주작은 불(火)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어서 화성, 북방 현무는 물을 상징하는 검은색이어서 수성, 중앙은 흙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어서 토성이다. 결국 오방색은 단순한 색채 체계가 아니라,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려 했던 동양인의 세계관이 담긴 상징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부정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오방색으로 색동저고리를 만들었고, 오방색으로 장식한 복주머니를 지니고 다녔다. 오방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우주의 조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오늘날 일부 무속인이나 특정 종교 집단이 오방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방색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의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오방색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문화이자 역사이며 전통이다.
오방색에 담긴 천문학적·철학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방색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