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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이태형의 우주 인문학 - 우리 우주 밖에도 또 다른 우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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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울트라 딥 필드(Hubble Ultra Deep Field)_각각의 점들이 모두 은하들이다.


 

 과연 우주에는 끝이 있을까? 끝이 있다면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빅뱅이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팽창하는 우주의 전체 크기는 얼마나 될까? 우주는 유한할까, 아니면 무한할까?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 인문학 이달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한계와 그 너머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다. 빛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한히 먼 곳을 볼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반지름은 약 465억 광년, 지름은 약 930억 광년이다.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큰 숫자가 나오는 것은 빛이 날아오는 동안 우주 공간 자체가 계속 팽창했기 때문이다. 아주 먼 옛날 우리에게 빛을 보낸 곳은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지만, 그 사이 공간이 늘어나 현재는 약 465억 광년 떨어져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우주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에서 수평선이 보인다고 그곳에서 바다가 끝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경계는 우주의 끝이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다. 그 너머에도 공간과 물질이 계속 이어져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은 별개의 우주가 아니라 우리와 연결된 같은 우주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약 138억 년 전 초기 우주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우주가 정확히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현재의 과학으로 알 수 없다. 우리가 비교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우주 탄생의 극히 초기부터 우주가 팽창하며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주 탄생의 극히 초기에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급격한 팽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플레이션은 물질이 빈 공간 속으로 폭발해 나간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극도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비율로 팽창한 현상이다. 물질이나 빛이 공간 속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빛의 속도에 제한받지 않고 매우 빠르게 팽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유하자면 모래알만 한 공간이 태양계보다 훨씬 커질 정도로 엄청난 비율의 급팽창이 일어난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늘어난 전체 공간은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우주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약 930억 광년의 우주는 거대한 전체 우주 가운데 우리에게 빛이 도달할 수 있는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 공간을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뜨거운 빅뱅’이 시작됐다

흔히 빅뱅을 우주가 탄생한 순간이라고 표현하지만, 현대 우주론에서 ‘뜨거운 빅뱅(hot big bang)’은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 우주가 뜨겁고 밀도 높은 상태가 되어 팽창하고 식기 시작한 단계를 뜻한다. 인플레이션이 끝나면서 이를 일으키던 에너지가 여러 종류의 입자와 빛의 에너지로 바뀌었고, 그 결과 우주는 엄청나게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가 되었다. 

 

뜨거운 빅뱅이 시작된 뒤 몇 분이 지나면서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수소 원자핵이 대부분이었고, 상당량의 헬륨 원자핵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우주는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해 원자를 만들 수는 없었다.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움직이는 플라스마 상태였던 것이다.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빛이 자유전자에 계속 부딪혀 산란되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곧바로 나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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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스케일


 약 38만 년 뒤 우주의 온도가 약 3000K(0K는 약 영하 273도)까지 내려가자 자유롭게 움직이던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면서 수소를 비롯한 중성 원자가 만들어졌다. 우주 공간이 드디어 플라스마 상태를 끝내고 투명해진 것이다. 그전까지 자유전자와 부딪혀 멀리 가지 못했던 빛이 드디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출발한 빛이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배경복사(CMB)다. 우주배경복사는 약 3000K였던 우주에서 출발한 빛이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났고, 오늘날에는 약 2.7K, 즉 영하 270도 정도의 온도에 해당하는 복사로 관측된다. 

 

 따라서 빅뱅은 텅 빈 공간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진 사건이 아니다. 뜨겁고 밀도가 높은 초기 우주 전체가 팽창하고 식으면서 오늘날의 우주로 진화해 온 과정이다.

 

 그렇다면 빅뱅은 여러 번 있었을까?

여기서 흥미로운 가능성이 등장한다. 일부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모든 곳에서 동시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영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동안 다른 영역에서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영원한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끝난 영역에서는 에너지가 입자와 빛으로 바뀌면서 하나의 뜨거운 우주가 시작된다. 다른 곳에서 인플레이션이 끝나면 그곳에서도 또 하나의 뜨거운 우주가 시작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립적인 영역을 흔히 ‘거품 우주(bubble universe)’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거대한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이곳에는 우주 A가 생기고, 저곳에는 우주 B가 생기며, 또 다른 곳에는 우주 C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우주 역시 그런 수많은 거품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빅뱅과 비슷한 우주의 시작이 여러 곳에서 있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빈 공간 여기저기에서 폭탄처럼 빅뱅이 터졌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인플레이션이 끝나면서 각각 뜨겁고 밀도 높은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너머에도 또 다른 많은 우주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바로 다중우주 가설의 대표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다.


 ‘보이지 않는 우주’와 ‘다른 우주’는 다르다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약 465억 광년 너머의 공간은 우리와 이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같은 우주일 수 있다. 반면 다중우주 이론에서 말하는 다른 거품 우주는 인플레이션이 별도의 영역에서 끝나 독립적으로 진화한 다른 우주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 밖에 다른 우주가 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관측 가능한 우주 밖에는 우선 우리와 이어진 같은 우주가 있을 수 있고, 영원한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는 그와 별개로 독립적인 거품 우주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중우주는 정말 존재할까?

현재 과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대답은 “아직 모른다”이다. 다중우주는 현대 우주론의 일부 이론에서 나오는 진지한 가설이지만 지금까지 다른 우주가 직접 관측된 적은 없다. 다른 거품 우주가 과거 우리 우주에 영향을 주었다면 우주배경복사 등에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다중우주의 존재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다중우주는 이미 밝혀진 사실도 아니고 단순한 공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현대 우주론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가능성이지만 아직 관측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바닷가에서 보이는 수평선이 바다의 끝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경계가 존재의 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수평선 너머에 같은 바다가 계속되듯 관측 한계 너머에도 같은 우주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우주와 독립된 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하나뿐인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직 그 답은 알 수 없다.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