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타임즈이집트 왕비의 이름을 딴 별자리 ‘머리털자리’

이집트 왕비의 이름을 딴 별자리 ‘머리털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4월 둘째 주 별자리


한 달 중 천문대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저녁 하늘에 초승달이 걸리는 때이다. 예쁜 달도 볼 수 있고, 달빛이 밝지 않아 별을 보는 데도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 월요일은 해와 달이 같은 방향에 놓이는 합삭으로 음력 3월 1일이다. 화요일부터 조금씩 달이 보이기 시작해서 토요일 저녁에는 망원경으로 달과 화성을 한 시야에 볼 수 있다. 천문대를 찾아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의 이름이 붙은 유일한 별자리로 알려진 머리털자리이다. 사자자리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 머리털자리는 이집트 왕조의 전성기였던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 3세 황제의 부인인 베레니케 2세의 이름을 따서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로 불린다. 비록 4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진 별자리여서 도시의 하늘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시골 하늘이라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이다. 이번 주에는 머리털자리를 찾아 사자의 꼬리털이 왕비의 머리털자리로 바뀌게 된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달과 화성의 만남

4월 17일 저녁 9시경 서쪽 하늘. Ⓒ. 스텔라리움 


이번 토요일(4월 17일) 밤에는 달과 거의 붙어 있는 화성을 볼 수 있다. 13일 저녁부터 서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한 초승달은 매일 매일 조금씩 화성에 접근해서 17일 저녁에는 화성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올해 중 달과 화성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날이 바로 이때다. 달과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은 저녁 10시 30분으로 이때 달과 화성의 겉보기 거리는 약 0.3도로 달의 지름(0.5도)보다도 가깝다.



4월 13~17일 일몰 후 서쪽 하늘. Ⓒ. 천문우주기획 


이날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적도 근처의 동남아시아에서는 화성이 달 뒤로 숨었다 나오는 엄폐 현상(occultation)을 볼 수 있다 




달과 화성의 엄폐 현상을 볼 수 있는 지역. Ⓒ. IOTA (international Occultation Timing Association. http://www.lunar-occultations.com/iota/planets/0417mars.png) 



위 그림에서 흰색으로 표시된 부분에서는 화성이 달 뒤로 숨었다 나오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에서는 이 현상을 저녁 황혼 속에서 볼 수 있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에서는 낮에 이 현상이 일어난다. 우측의 하늘색 원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화성이 달 뒤로 숨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화성이 나오기 전에 달이 진다.

위도에 따라 달과 화성의 겉보기 거리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화성보다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이 달의 위쪽에 보이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금씩 화성이 달에 가깝게 보인다. 이날 달과 지구의 거리는 약 40만km이다. 따라서 반지름이 40만km인 원의 중심에 달이 있다고 생각하면 0.3도 해당하는 거리는 약 2,100km이다(360도 = 2 × π × 400,000km = 2,512,000km. 1도 = 2,512,000km ÷ 360 ≒ 7,000km). 우리나라에서 남쪽으로 2,100km 이상 내려간 적도 근처에서는 화성이 달 뒤로 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달의 지름이 0.5도 이기 때문에 남반구로 더 내려가면 화성이 달의 반대쪽에 위치한다(0.5도 = 3,500km). 다만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에서 보이는 달과 좌우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반구에서는 초승달이 오른쪽으로 볼록하게 보이지만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볼록하게 보인다.



위도에 따른 달과 화성의 모습. 남반구에서는 초승달이 북반구와 좌우가 다르게 보인다. Ⓒ. 천문우주기획 



우주의 경계선

이번 주 월요일(4.12)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 비행을 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가가린은 이날 보스토크1호를 타고 약 1시간 48분 동안 지구를 돌고 무사히 귀환했다. 이날 보스토크 1호는 지구에서 169km에서 327km 상공에서 지구를 돌았다.


대기권. Ⓒ. 천문우주기획 



지상 수백km 상공에도 희박하지만, 공기가 존재하고 그곳도 대기권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을 말하는 대기권은 지표면으로부터 거의 10,000km까지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 중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대류권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 정도에 해당한다. 그 위로는 성층권과 중간권, 열권, 외기권으로 나뉜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타고 날았던 곳은 대기권의 하나인 열권 지역이었다. 물론 열권 밖으로도 거의 10,000km까지도 공기가 존재하는 데 이 공간이 대기권의 가장 바깥층인 외기권(exosphere)이다.

유리 가가린은 우주선을 타고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돈 우주인이지만 최초로 대기권을 벗어난 사람은 아니다. 최초로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간 우주인은 1968년 12월에 아폴로 8호를 타고 달 궤도까지 왕복했던 프랭크 보먼(Frank Borman)을 포함한 세 명의 우주인들이다.


아폴로 8호가 최초로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달 궤도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 @NASA 



그렇다면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 가가린을 최초의 우주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의 경계선과 대기권의 경계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은 국제항공연맹(FAI)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해발 100km이다. 이 경계선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인 카르만(Theodore von Karman, 1881~1963)의 이름을 따서 카르만 라인(Karman line)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한 이 기준을 넘어야 우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카르만은 비행체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대기 밀도를 가진 고도를 최초로 계산한 사람이다. 이 고도를 넘어서면 공기의 밀도가 너무 낮아져서 비행체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양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중력에 의한 공전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과거에는 이 높이를 기준으로 우주인을 인정했으나 2005년부터는 미국 공군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해발 80km를 우주의 경계선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우주선이 궤도 비행을 할 수 있는 최소 고도를 우주로 정의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 경우 150km(우주선이 추진력의 도움 없이 대기 항력을 이기고 최소한 1회 원형 궤도를 공전할 수 있는 고도)나 130km(우주선이 추진력 없이 대기 항력을 이기고 최소한 1회 타원 궤도를 공전할 수 있는 근지점 고도)가 그 경계선이 될 수 있다.

우주 경계선 바로 아래는 그 나라의 영공이 된다. 따라서 우주의 경계선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영공을 침범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제항공연맹(FAI)과 국제우주연맹(IAF)등이 우주에 대한 정의를 통일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



이집트 왕비의 이름을 딴 별자리 ‘머리털자리’

4월 12일 밤 9시경 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낫 놓고 기역(ㄱ) 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기역자 모양으로 된 머리털자리를 모르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처녀자리의 북쪽(북두칠성 방향)에 보이는 머리털자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별자리 중의 하나이다. 이 별자리는 모두 4등성 이하의 작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의 하늘에서는 하나의 별도 알아보기 힘들지만, 도시에서 약간 벗어난 시골 하늘에서는 사자자리의 뒷부분에서 많은 별이 안개가 낀 것 같이 은근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한때 사자자리의 꼬리로 취급되기도 했던 이 별자리는 현존하는 별자리 중에서 유일하게 실존 인물의 이름이 붙어 있는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의 정식 명칭은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Coma Berenices)”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줄여서 머리털자리라고만 부른다. 머리털자리가 처음 알려진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였지만 정식으로 별자리 모양과 이름이 확정된 것은 1602년 티코 브라헤(Tycho Brahe)에 의해서이다.

이 별자리에 실존 인물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다음과 같은 사연 때문이다.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의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아시리아를 정복하고 위험한 원정길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이때 그의 왕비였던 베레니케 2세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에 감사하여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 아프로디테 신전에 바쳤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카락은 왕이 돌아온 날 밤 신전에서 사라져버렸고 아내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없어진 데 화가 난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신전의 사제를 벌하게 되었다.

이때 왕궁 천문학자였던 코논이 나와 “왕비의 머리카락이 너무 아름다워 신께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게 하늘에 걸어두셨다”는 말을 하였다. 별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왕과 왕비는 아프로디테가 그녀의 머리카락에 경탄하였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하여 신전의 사제와 코논에게 후하게 상을 주었다. 코논의 재치가 무고한 한 사람을 살리고 또한 왕과 왕비를 기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이 있고 난 뒤로 사자자리는 탐스러운 꼬리를 잃고 지금과 같은 밋밋한 꼬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털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봄철의 대삼각형과 그 위쪽으로 이어진 다이아몬드를 찾아야 한다. 처녀자리 위쪽으로 이어진 다이아몬드에서 봄철의 대삼각형을 뺀 북쪽 부분이 바로 머리털자리가 있는 곳이다.



머리털자리 찾는 방법. Ⓒ. 천문우주기획 




사이언스 타임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