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타임즈돛단배를 닮은 별자리 ‘까마귀자리’

돛단배를 닮은 별자리 ‘까마귀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4월 셋째 주 별자리


지난 주말 초승달 모양으로 화성 옆을 지난 달이 이번 주에는 상현달로 밝아지면서 게자리를 지나 사자자리를 통과한다. 달이 점점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있는 별의 개수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시골 하늘에서도 5등급이나 6등급 정도의 어두운 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이번 주 동안에는 평소보다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별똥별을 보기 가장 좋은 시간은 달이 지고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경이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고 싶은 사람들은 이번 주 동안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새벽하늘을 보기 바란다.

이번 주 별자리여행의 주인공은 남쪽 지평선 위로 보이는 까마귀자리이다.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남쪽으로 목동자리와 처녀자리의 밝은 1등성을 따라 내려가면 찌그러진 사다리꼴 모양의 까마귀자리를 만날 수 있다. 비록 작은 별자리지만 3등성 정도의 별들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뚜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아름다운 털을 가진 까마귀가 태양신 아폴론에게 벌을 받아 털이 새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까마귀자리를 찾아 까마귀의 털 색깔이 새까맣게 변한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거문고자리유성우(4.22~4.23)


거문고자리유성우. Ⓒ. NASA 


이번 주 목요일 자정 무렵부터 금요일 새벽까지 거문고자리를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20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거문고자리유성우가 나타난다. 유성우는 혜성이 지나간 궤도를 지구가 통과할 때 혜성 궤도에 남아 있던 부스러기들이 지구의 대기에 부딪히면서 평소보다 많은 별똥별이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는 거의 일정한 공전 궤도를 돌기 때문에 유성우는 매년 거의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시간에 나타난다. 다만 저녁 시간보다는 새벽 시간에 별똥별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지구를 달리는 버스로 생각하면 앞 유리창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새벽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볼 수 있는 별똥별의 숫자는 하늘의 어두운 정도와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어두운 하늘을 찾아야 한다.



유성우가 새벽에 잘 보이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시간 당 20개 이상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유성우는 매년 여덟 차례 정도 나타나는 데 그 중 3대 유성우로 알려진 사분의자리유성우(1월 4일), 페르세우스자리유성우(8월 13일), 쌍둥이자리유성우(12월 14일) 때는 시간 당 최대 100개 이상의 별똥별이 떨어지기도 한다.

거문고자리유성우를 만드는 혜성은 415년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는 대처(Thatcher) 혜성으로 이 혜성이 가장 최근에 접근했던 것은 1861년이고, 다음 접근은 2276년이다. 거문고자리유성우는 지금까지 알려진 유성우 중 가장 오래된 유성우 중 하나로 기원전 687년에 처음 관측된 기록이 있으며, 수십 년에 한 번씩 시간당 100개 정도의 유성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특별한 주기성은 없다.

지구가 대처 혜성의 궤도와 만나는 시간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22일 밤 10시 경이지만 실제로 별똥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우리나라가 공전궤도의 앞부분에 위치하는 자정 이후이다. 특히 새벽 3시 경 상현달이 지고 난 이후부터 해가 뜨기 1시간 쯤 전인 4시 30분 정도까지가 유성우를 보기 가장 좋은 시간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문고자리유성우라고 꼭 거문고자리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거문고자리에 있는 복사점(혜성의 궤도와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별똥별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새벽 무렵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직녀를 찾고, 직녀를 중심으로 매직아이 보듯 초점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하늘을 보는 것이 좋다.



4월 23일 새벽 4시 무렵 남쪽 하늘. Ⓒ. 스텔라리움 





돛단배를 닮은 별자리 ‘까마귀자리’

저녁 무렵 북두칠성이 북쪽 하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봄철의 별자리들은 모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상현달이 사자자리로 옮겨 오면서 남동쪽 하늘에는 밝은 1등성을 가진 사자자리와 목동자리, 그리고 처녀자리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별이 없다. 4등성 이하의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진 봄철의 별자리들은 달빛 속에서는 거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4월 22일 밤 9시경 동남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하지만 북두칠성의 휘어진 손잡이를 따라 남쪽 하늘로 내려가면 두 개의 밝은 1등성을 지나 지평선 근처에서 3등성으로 이루어진 찌그러진 사각형 모양의 별자리를 만나게 된다. 마치 밤바다에 작은 돛단배 하나가 홀로 떠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이 별자리가 바로 까마귀자리이다.

까마귀자리에는 우리나라의 고대 별지도에서는 남쪽 하늘을 지키는 주작(朱雀, 붉은 봉황)의 꼬리별[28수(宿) 중 마지막 28번째에 해당하는 진(軫)수)]로 기록되어 있다. 서양의 까마귀가 우리나라에서는 봉황의 꼬리로 불렸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까마귀는 은색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새였다고 한다. 또한 이 까마귀는 사람의 말을 할 줄 알았던 영특한 새이기도 했다. 까마귀는 특히 태양신 아폴론(Apollon)의 애완조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그의 연인이었던 코로니스의 부정을 거짓으로 보고하여 그녀를 죽게 한 죄로 아폴론 신이 날개를 새까맣게 태워서 하늘로 던져 버렸다고 한다.

까마귀자리는 또한 컵자리, 바다뱀자리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론 신이 멀리 있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까마귀를 날려 보낸 적이 있었다. 까마귀는 도중에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무화과나무를 발견하고 아폴론 신의 명령도 잊은 채 그 열매가 익을 때까지 무화과나무의 그늘진 잎 속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잘 익은 무화과를 먹어 치운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뱀 한 마리를 잡아 물컵과 함께 신에게 가지고 돌아왔다. 까마귀가 늦은 이유를 뱀에게 돌리려고 하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론 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까마귀와 뱀, 컵을 모두 하늘로 집어 던져 버렸다. 까마귀자리 옆에 있는 컵자리와 바다뱀자리가 바로 그 때 함께 하늘로 던져진 물컵과 뱀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성경 속에서 노아가 날려 보낸 갈까마귀 중 한 마리가 이 별자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쉴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까마귀가 하늘로 올라가 바다뱀자리 위에 내려 앉았다는 것이다.





까마귀자리와 컵자리 찾는 방법. Ⓒ. 천문우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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