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타임즈황금양피의 주인공인 ‘양자리’

황금양피의 주인공인 ‘양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10월 둘째 주 별자리


10월은 화성의 달이다. 특히 이번 주는 화성이 가장 밝아지는 시기이다. 한밤중에는 고도가 하늘 중앙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선명한 화성을 볼 수 있다.


화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날

오는 14일 새벽은 화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시간대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이날 아침 8시경 해와 지구, 그리고 화성이 일직선이 된다. 달이 둥근 보름일 때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화성도 지구를 기준으로 해와 정반대 편에 올 때가 가장 밝게 보인다. 아침 8시 경이면 이미 해가 뜬 뒤이기 때문에 실제로 화성이 가장 밝게 보이는 때는 14일 새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13일 저녁이나 14일 저녁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화성을 보기 위해 새벽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구에 비해 지름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화성의 표면을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망원경을 통해 화성의 표면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놓치면 이 정도 크기의 화성을 보기 위해서는 2033년 여름까지 최소한 1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망원경 속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은 화성의 사막 지대이다. 중간에 검은 얼룩을 볼 수 있는데 이 지역은 용암이 굳은 현무암 지대이다. 적도 근처에서 볼록하게 나와 있는 현무암 지대는 시르티스 메이저(Syrtis Major)라고 불리는 곳으로 지중해에 있는 리비아의 시드라(Sydra) 만의 라틴어 이름을 딴 곳이다. 볼록한 부분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화성의 북극 방향이다. 현재 화성은 북반구가 겨울이기 때문에 화성의 북극은 볼 수 없고, 반대쪽 남극 방향에서 하얗게 얼어 있는 극관을 볼 수 있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24시간 40분이다. 같은 모습의 화성을 보려면 매일 40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매일 같은 시간에 화성을 보면 새로운 화성 표면을 조금씩 더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성의 남극 극관(위쪽)과 적도 근처 모습 Ⓒ The Association of Lunar and Planetary Observers (ALPO)



황도 제1궁 양자리

10월 12일 밤 동쪽 하늘.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가을 별자리의 특징이 눈에 띄는 밝은 별이 없는 대신 상당히 넓은 공간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인 별자리가 바로 양자리이다. 요즘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화성의 동쪽(왼쪽)으로 가장 가까이 보이는 2등성이 바로 양자리의 으뜸별 하말(Hamal, 양의 머리)이다. 하지만 실제로 양자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하말을 포함해서 서너 개 정도뿐으로 상상력을 동원해도 양의 모습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 별들을 이용해서 양자리를 만든 옛사람들의 추리력이 놀라울 뿐이다.

양자리에는 슬픈 그리스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바로 프릭소스와 헬레 남매의 이야기이다.

옛날 그리스의 어느 마을에 아타마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프릭수스와 헬레라는 두 남매가 있었는데, 이들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의 품에서 자랐다. 이 계모는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몹시 사악한 여자로서 신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남매의 불쌍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황금양피를 가진 초능력의 숫양 한 마리를 만들어 보냈다. 양은 두 아이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어린 헬레는 그만 붙잡고 있던 손을 놓쳐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헬레가 떨어진 곳은 아시아와 유렵의 경계가 되는 해협으로 훗날 헬레스폰트라고 불리게 되었다.

양을 타고 계속 날아가 흑해의 동쪽 연안에 안전하게 도착한 프릭소스는 감사의 뜻으로 황금양을 제우스 신에게 바쳤고, 제우스 신이 이 양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황도 제1궁인 백양궁(白羊宮)

양자리는 황도 12궁으로 알려진 황도 별자리의 첫 번째 별자리이다. 양자리가 황도 제1궁이 된 것은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날 태양이 머무는 곳이 바로 양자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춘분을 기준으로 날짜를 세었고, 이날 해가 머무는 춘분점(vernal equinox)을 기준으로 천체의 위치를 재었다.

황도 12궁은 태양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가상의 길인 황도를 춘분점을 기준으로 12등분 한 것이다. 즉, 춘분점을 0도(°)로 해서 30도까지는 제1궁인 양자리, 30도부터 60도까지는 제2궁인 황소자리, 60도부터 90도까지는 제3궁인 쌍둥이자리 구간이다. 우리나라의 24절기가 황도를 24등분 한 것이기 때문에 황도 궁들은 24절기 중 두 개의 절기 구간에 해당한다. 즉, 황도 1궁인 양자리는 24절기 중 춘분부터 곡우까지인 3월 21일경부터 4월 19일 무렵이다.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실제 춘분점은 매년 조금씩 서쪽(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수천 년 전 양자리에 있던 춘분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에 물고기자리로 옮겨졌고, 태양이 실제로 춘분날 머무는 별자리는 양자리가 아니라 물고기자리이다. 하지만 춘분점을 기준으로 황도를 12등분으로 나눈 황도 12궁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수천 년 전 처음 이름을 정했던 순서 그대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춘분점부터 시작되는 황도 구간이 양자리를 뜻하는 백양궁(白羊宮)으로 표시되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만들어지던 1395년에 이미 서양의 황도 12궁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증거이다. 양자리에는 우리나라의 황도 별자리인 28수(宿) 중 가을 하늘을 수호하는 백호(白虎)에 해당하는 서방칠수(北方七宿) 의 루(婁)수와 위(胃)수가 포함되어 있다. 양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파(α), 베타(β), 감마(γ) 세(三)별로 이루어진 루(婁)수는 하늘나라 목장으로 백호의 몸에 해당한다. 밥통을 뜻하는 위(胃)수는 하늘의 주방 별자리로 루성과 함께 호랑이의 몸에 위치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양자리. Ⓒ 천문우주기획



해와 달, 지구가 일직선이 되는 ‘합삭 슈퍼문’

달은 지구 둘레를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데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을 근지점, 반대로 가장 멀어지는 지점을 원지점이라고 부른다.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약 38만 km이며, 근지점과 원지점은 이보다 약 2만 5000 km 짧거나 길다.

달이 근지점 근처에서 해와 지구와 일직선이 될 때는 평소보다 큰 달이 뜨는데 이런 달을 슈퍼문(Supermoon)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해와 지구, 그리고 달이 일직선이 되는 만월(Full Moon)에만 슈퍼문이 뜬다고 생각하지만 해와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이 되는 합삭(New Moon)에도 슈퍼문이 뜬다. 물론 합삭에 뜨는 슈퍼문은 해와 같은 방향에 뜨기 때문에 실제로 합삭의 슈퍼문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올해는 총 4번의 슈퍼문이 뜨는데, 그중 봄에 있었던 세 번(3.9, 4.7, 5.7)의 슈퍼문은 보름달이었고, 마지막 슈퍼문은 이번 주 토요일(10.17)에 뜨는 합삭 슈퍼문이다. 해와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이 되는 시각은 토요일 오전 4시 31분이고, 이때 달은 지구에서 약 35만 6950 km 떨어져서 올해 가장 큰 슈퍼문이 된다. 보름달 중 가장 컸던 슈퍼문은 지난 4월 7일에 떴던 달로 이때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5만 7000 km였다. 다음 슈퍼문은 내년 4월 26일에 보름달로 뜬다.

밀물과 썰물 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천체가 바로 달이다. 특히 달이 해와 일직선으로 놓이는 합삭과 만월 무렵에는 두 천체의 영향이 더해져서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는데 이때가 바로 사리 기간이다. 슈퍼문이 뜰 때는 달의 영향이 가장 커지는 시기로 보통 사리 때보다 해수면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바닷가 지역에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록 합삭 슈퍼문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보름달 슈퍼문과 다를 바 없다.



합삭 슈퍼문 Ⓒ 천문우주기획

 



사이언스 타임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