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타임즈제우스의 빗나간 사랑의 별자리 ‘백조자리’


제우스의 빗나간 사랑의 별자리 ‘백조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8월 넷째 주 별자리


언제 장맛비가 내렸냐는 듯이 연일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시골 하늘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보고 싶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어졌다. 이럴 때 도시에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별자리 여행이다. 사실 별자리를 익히는 데는 시골보다 도시의 하늘이 더 좋다. 불빛이 적은 시골에서는 별이 너무 많이 보이기 때문에 별자리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시의 밤하늘은 밝은 별만 보이기 때문에 별자리 보기의 요점정리판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칠석

이번 주 화요일(25일)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진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만나는 날이다. 이날 저녁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직녀이고 그 남쪽에서 가장 밝은 별이 바로 견우이다.


8월 넷째 주 남쪽 밤하늘. ⓒ 천문우주기획


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와 오랜 세월에 걸친 관찰의 결과로 얻어진 이야기이다. 실제로 두 별은 칠석 무렵에 가장 높이 뜨고 가장 가깝게 보인다. 해와 달이 뜨고 질 때 커 보이는 것처럼 두 별 사이의 거리도 지평선에 가까이 있을 때가 머리 위에 있을 때보다 멀어져 보인다.

우리가 보는 하늘은 반지름이 무한대인 반구이다. 따라서 천정이나 지평선 쪽이나 모두 거리가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하늘은 반구가 아니라 접시 모양이다. 비행기나 새가 머리 위로 날 때는 가깝게 보이고 지평선 쪽에 있을 때는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해나 달이 각각 ㉮,㉯,㉰의 위치에 있을 때 관측자로부터의 거리가 같기 때문에 모두 같은 크기로 보여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의 위치에 있는 천체를 Ⓐ에, ㉯의 위치에 있는 천체를 Ⓑ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에 같은 크기의 천체가 보일 경우 당연히 거리가 가장 먼 ㉰가 제일 크고, 거리가 가장 가까운 Ⓐ가 가장 작다고 인식한다. 해와 달이 뜨거나 질 때 커 보이고,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지평선에 가까울 때 멀어져 보이는 것은 비슷한 이유이다.


실제로 반구의 하늘이지만 사람들은 접시 모양의 하늘로 인식한다. Ⓒ천문우주기획


물론 정확히 칠석날에 두 별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7월 7일은 단지 상징적으로 만든 날이다. 두 별은 봄부터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해서 칠석 무렵이 되면 가장 높이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서쪽 하늘로 기운다. 따라서 옛사람들은 봄부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다가 멀어지는 두 별을 보면서 사랑하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이별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주는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고 한다. 이때 견우와 직녀에게 밟혀 까치의 머리가 벗겨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실제로 칠석 무렵 까치들이 털갈이하는 모습이 이 전설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서양에서는 견우와 직녀를 사랑하는 두 마리의 독수리로 보았다. 머리 위에 보이는 직녀는 날개를 접고 내려오는 독수리라는 의미의 베가(Vega), 아래 보이는 견우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독수리라는 의미의 알타이르(Altair)이다. 비록 이름은 달랐지만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밝게 빛나는 두 별을 서로 각별한 사이로 본 것은 동서양이 비슷했던 것 같다.

제우스의 빗나간 사랑의 별자리 백조자리

그리스 신화의 가장 위대한 신이었던 제우스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었으니 바로 바람기였다. 하지만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밤하늘의 별자리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금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우스의 바람기로 인해 밤하늘의 별자리가 훨씬 풍성해졌다는 것은 우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우스 신은 아름다운 인간 여인을 유혹할 때면 대부분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백조자리이다. 제우스 신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백조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바로 쌍둥이자리의 주인공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이다. 제우스 신은 훗날 레다와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이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름철의 대삼각형. Ⓒ 천문우주기획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꼬리라는 뜻을 가진 데네브(Deneb)이다. 1등성인 데네브는 직녀를 정점으로 견우와 함께 삼각형 모양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되던 날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우던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느 날부터 여덟 개로 줄었다. 바로 2006년 8월 24일의 일이다. 그날 이후로 명왕성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과연 명왕성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뉴호라이즌스 호가 촬영한 명왕성과 위성 카론. Ⓒ NASA


명왕성은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30년 미국 애리조나의 로웰천문대에서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1990년대에 명왕성 궤도 근처에서 얼음 행성들이 모여 있는  카이퍼벨트(Kuiper Belt)가 발견되고 명왕성도 그중 하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7년에 명왕성의 발견자인 톰보가 90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젊은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자는 운동이 거세졌다. 하지만 얼음 행성들 중 명왕성의 크기가 가장 컸고, 70년 가까이 행성으로 불려왔던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할 결정적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동안 잊히는 듯했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2005년에 발생했다. 명왕성보다 조금 더 큰 에리스(Eris)라는 천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명왕성을 행성으로 유지시킬 것인지 아니면 에리스를 새로운 열 번째 행성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심의를 하게 하였다.


왜행성 에리스의 궤도. Ⓒ위키피디아


2006년 8월 체코의 프라하에서 국제천문연맹의 26차 총회가 열렸고, 소위원회는 에리스뿐만 아니라 명왕성과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세레스까지 모두 행성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총회의 마지막 날이었던 8월 24일, 이곳에 모인 천문학자들은 소위원회의 의견을 뒤집고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만약 행성의 개수를 늘릴 경우 앞으로 발견되는 다른 천체들도 행성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행성의 지위가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의 정의를 ①태양을 돌고 ②구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③자기 궤도에서 가장 지배적인 천체로 결정하였다. 결국 명왕성은 해왕성과 궤도가 겹친다는 이유로 세 번째 조건에 의해 행성에서 제외되었다. 국제천문연맹은 행성 조건의 두 가지를 만족하면서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닌 천체를 왜행성(dwarf planet)으로 정의하였고, 결국 명왕성은 이때부터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퇴출시킨 원인을 제공했던 에리스와 소행성 중 가장 큰 세레스도 이때부터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사이언스 타임즈 포스트 바로가기